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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대화[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시민공익활동 커뮤니티 안내서

와이즈서클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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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당신 옆의 공익활동 : 시민공익활동 커뮤니티 안내서 < 시민공익활동 커뮤니티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 

 

바라는 변화를 스스로 짓는 시민들

- 이은주 (꽃잔디)


‘외로움을 지원하는 사람들’은 외로움이나 고립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을 돕고 있는 혹은 돕고자 하는 이들 7명이 모인 공익활동 커뮤니티이다. 우리는 매주 모여 각자의 다양한 경험을 나누며 관련 문헌들과 국내외 외로움 지원 현황도 같이 살펴보았다. 우리의 이름으로 <외로움 지원책 대백과>라는 결과물을 내었고, 10월 센터가 개최한 2024 공익활동 박람회에서 우리가 모아낸 지원책 가운데 서울시 정책으로 제안할 1가지를 선정하는 시민투표를 진행하였다. 그주에 서울시가 발표한 ‘외로움.고립은둔 종합대책’에 따른 세부사업들을 같이 살펴보았고, 모든 정책들이 우리가 정리해놓은 <대백과>에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공교롭게도 박람회에서 투표 1위를 차지한 ‘건강하게 감정 다루기 시민교육’만이 종합대책에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하며 아쉬움을 나누었다. 지금은 센터의 지원과 연결로 서울시 돌봄고독정책관 앞으로 ‘건강하게 감정 다루기 시민교육’ 제목으로 정책제안서를 보내놓고, 향후 서울시가 한층 더 시민들에게 도움 되는 정책을 펼쳐나가주길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다”    

이번 활동의 시작점을 보려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교육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주 활동인 나에게도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힘겨운 시간들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어려움 가운데 기꺼이 교육공간을 열어주신 기관들이 있어서 감사하게도 끊이지 않고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청소년부터 시니어 그룹까지 교육 대상도 다양하고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다양했으나 프로그램 운영 담당자분들이 기대하는 ‘이 시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로 ‘위로’와 ‘공감’ 같은 정서적인 부분이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더욱이 중장년층 1인가구 및 고립위기 청년들 그리고 대학교 교양수업에서 꾸준히 20대들을 만나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 ‘외로움’ 또는 ‘불안’이 공통된 정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곧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의제이구나 하는 알아차림이 있었다. 외로움이 더는 복지관이나 관련 전문가들만의 이슈가 아니라, 이제는 시민들 모두가 자신이 자리한 곳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지금’ 펼쳐야만 하겠다는, 우리 전체의 당면 과제라는 어떤 확신이 들게 된 것이다.


“물꼬를 트다”    

그렇게 나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뭔가를 시작해야겠다 싶어, 당옆공에 참여해 이같은 방향성에 공감하고 마음이 움직일 이들을 불러모았다. 그리하여 정말 와야 할 이들이 왔고, 매번 진국 같은 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외로움’이란 단어는 사실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서글퍼지는 느낌을 주지만, 우리의 탐구 주제로서 그것은 모임의 매개가 되었을 뿐 일단 모이면 매 순간이 회복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서로가 외로움에 관한 경험과 생각을 드러내어 공감대가 형성되니 큰 무언가에 일부가 된 듯한 소속감과 연결감이 찾아왔다. ‘외로움이 자신과 타인에게 폭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첫 번째 시도 및 발걸음은?’이란 질문에 각자의 생각을 나눈 때에도, 직접 외로움을 겪었던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맞장구쳤고, 직장생활을 하고 가족들을 돌보며 일상을 바쁘게 보내면서도 고립감 또는 외로움에 고통스러워 하는 이들이 많다는 증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과 시간을 내어 나누는 소통 그리고 주변과 도움을 주고받고자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관하여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나눔들을 전부 놓치지 않고 정리하여 이윽고 <외로움 지원책 대백과>를 펴내었다.


“함께 만들고 나눈 것들”    

돌이켜보면, 우리의 커뮤니티는 비단 의제 관련 활동의 측면에서만 유효성이 있던 건 아니었던 듯싶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이곳에서 용기와 회복, 긍정의 에너지를 얻어 각자 자신의 일상에 필요한 동력으로 쓰는 경험을 쌓게 되었는데, 지금과 다른 의제를 다루었더라도 우리 안에 연결감과 뭔가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안정감을 주고받았을 것 같다. 더불어 사회변화를 위한 어떤 힌트도 얻게 되었다. 매주 ‘오늘 모임에 오는 발걸음은 어떠했는지?’ ‘외로움과 관련하여 한 주 어떤 생각이나 경험이 있었는지?’라는 물음에 답하며 모임을 시작했는데, 어느 날 한 분은 오는 길에 비가 내려 비 오는 것이 싫고 귀찮다고 했고 한 분은 비 오는 날이 자신은 너무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 다음주도 비가 내렸는데, 지난 주 비 오는 날이 싫다던 분이 이러한 말씀으로 우리들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주 비가 내릴 때마다 비 오는 날이 좋다던 00님이 떠올랐어요. 이어서 ‘아, 그분이 좋아하겠구나. 그럼 나도 좋다.’ 하고 생각이 드니 그 뒤로는 저도 비 오는 것이 좋아지는 경험을 했답니다.” 시민들 사이의 우정을 표현하자면 바로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다. 당신이 좋으면 나도 좋다 하는, 함께 흐뭇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생기면 인식의 변화와 새로운 경험으로 자신을 이끌 수 있고, 이를 지켜본 주변이들도 영향을 받아 또 뭔가가 변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이 남았나”    

부제가 ‘온라인 시대에 혁신적 마인드를 기르는 대화의 힘’인 셰리 터클의 책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에는 각자들의 독백만 존재할 뿐 점점 대화가 사라지는 이 시대에 왜 대화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담고 있는데, 끝자락엔 공론장의 기능과 역할을 재조명해주는 구절이 몇 나온다. “공론은 인내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말에 진지하게 집중하는 대화의 예시로서 … 일방적인 선언이나 중요한 항목의 제시가 아니라 번갈아 말하기, 협상, 존중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대화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일찍이 이런 종류의 공론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것을 인지해 왔다.” 서로가 존중을 주고받는 안전한 사회, 시민 자신들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러한 대화를 연습하는 데 공론의 장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여러 정책이나 제도, 법 들을 만들고 정비하는 데에는 그것들이 세워지도록 잘 떠받치며 주춧돌의 역할을 하는 구성원들의 관념이나 마음들, 중요시 여기는 가치들의 합의와 그것을 위한 소통의 문화 등이 탄탄히 마련돼 있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나 주변에서 쉽게 공론의 장을 만날 수 있게 하고, 이곳에서 자주 공론을 경험하고 대화를 연습할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결국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겠냐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번 ‘당신 옆의 공익활동’을 직접 경험하면서, 공익활동 커뮤니티가 낸 진짜 성과를 확인하려면 가시적인 측면과 수면 아래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문화적 측면, 이러한 두 영역 전부에 얼마나한 파장을 일으켰는지를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얼마나 필요성 있고 효과적인 정책을 (또는 캠페인을) 제시했는지로만 볼 수 없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생각, 가치관, 서로를 마주하는 태도 등을 얼마나 우리 사회 전체에 도움 되는 방향과 방식으로 움직이고 변화시켰는지, 그리하여 ‘나의 이익과 안전만’ 중요시 하지 않고 기꺼이 ‘함께와 연결’ ‘공익’을 고려하고자 마음을 내게 되는 이들이 얼마나 늘어나도록 기여했는지 하는 지점을 동시에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만나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다 보면 그간 자신이 정해놓은 틀이나 시야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기대하지 못했던 해방감과 감사함에 얼마나 스스로 놀라게 되는지 모른다. 공익에 보탬이 되는 균열들이 곳곳에서 생기는 것이다. 센터의 적극적이고 애정 있는 지원으로 공론장과 공익활동 커뮤니티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관해 크게 체감할 수 있었어서 감사하다.


‘외로움을 지원하는 사람들’은 얼마 전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다.(@lp_helpers)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과 꾸준하게 연결망을 짓고 우정을 쌓으면서, 공익을 위해 한층 더 소통해 나가고자 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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