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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나눔2019 활동가이야기마당 "일할 맛 나는 조직은?"

와이즈서클
2019-11-08

2019 활동가 이야기마당

“진짜로 일할 맛 나는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일시 : 11/4 월 저녁 7시 - 9시 반

장소 : 서울 중구 삼선재단 세미나실

진행 및 기록 : 이은주



2019년 가을 ‘활동가 이야기마당’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활동가들이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마음이 설레면서 따뜻해졌던 것 같다. 그에 더하여 과연 어떤 주제로 활동가분들을 초대해야 의미도 있고 서로 간의 배움도 있을까 고민 끝에 ‘일할 맛 나는 조직’이란 표현을 이야기마당 제목에 담았다.


월요일 저녁, 퇴근 후 바쁘게 달려온 4명의 활동가와 나를 포함하여 총 5명이 의자를 갖고 원으로 둘러앉았다. 먼저 서로 간에 동의를 구한 것은 오늘 대화의 방식이었다. 어떤 순서로 이야기할지, 각자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때 어떤 행동으로써 서로에게 존중을 보여줄지를 결정하였다.


♬ 우리 이렇게 대화해 보아요 ♪

1. 이야기 도구(토킹피스)를 가지고 돌아가며 이야기합니다. 가능한 한, 동등한 발언권을 갖도록 합니다.

2.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하여,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

3. 한 사람의 이야기는 말이 끝날 때까지 듣습니다.

4.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충고나 판단하는 말을 하고 싶어도 일단 보류하고 듣습니다.

(왜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먼저 묻고, 호기심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5. 질문이나 관련된 다른 이야기가 떠오르면 그 사람을 향해서 직접 묻지 않고, 자신은 지금 이야기를 듣고 이러한 질문과 생각이 떠올랐다고 전체를 향해 말합니다.

6. 침묵과 천천한 속도를 즐깁니다. 우리의 성찰을 위해 도움이 됩니다.

7. 사적인 이야기, 여기서만 공유되었으면 하는 이야기들은 서로가 보호해주는 의미로 이곳을 떠나서 다른 곳에 공유하지 않기로 합니다.

8. 과정에서 감정이 서로 상하는 일이 생기면 이야기를 멈추고, 방금 각자의 말/행동에 숨은 의도에 관해 서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 나눕니다.


자기소개와 함께 나눈 첫 번째 이야기 질문은 “지금 일하는 조직은 무슨 맛이 나고, 왜 그런가요?”였다. 현재 경험하고 있는 조직 분위기와 동시에 어떤 고민들을 지니고 있는지 이야기 들을 수 있었다. 모두의 이야기에서 대부분들이 겪는 ‘바쁨’과 ‘과한’ 일들, 소통이 어렵거나 뜸한 아쉬움들이 표현되었다.


두 번째 질문이 본격적이었다. “일할 맛 나는 조직이란 어떤 조직이라고 생각하나요? 무엇이 자신에게 있어서 중요한가요?” 몹시 다양하면서도 공통되었다. 다섯 명이서 두 번씩 발언 기회를 가지면서 포스트잇 한 뭉치를 거의 다 소진하고, 넓은 화이트보드에 전부를 붙였다. 우리는 구성원 개인들의 행복과 균형 있는 삶부터 서로 간의 소통과 역할 나눔, 조직 자체가 지닌 목표나 NPO들이 사회에서 지니는 위치나 의미들까지를 두루 살폈다. 수용과 인정, 공정함과 평등, 참여와 권한, 함께 도우며 성장하기, 변화와 콜라보, 협력, 사회적 기여 등에 해당되는 이야기들이 모였고, 세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호스트인 나는 <조직의 재창조>라는 책에서 소개된 12개 조직 사례들을 잠깐 공유하였다.


"어떻게 대등한 권력을 가질 수 있는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떻게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가이다.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더 강할수록, 나도 더 강해질 수 있다. 당신이 조직의 목적을 더 강하게 발전시킬수록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들은 더 많이 열릴 것이다. 즉, 서로 다른 수준의 권력을 가질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강해질 수 있는 아름다운 역설에 부딪친다."


인용구로 시작한 정리 문건에서 다양한 조직 운영과 의사소통 방식, 보상과 협력 시스템 들을 볼 수 있었다. 상상으로만 그렸던 것들이 어느 곳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 온 관행이었고, 당연히 어렵겠지 하고 체념했던 방식들이 또 어느 곳에서는 성과를 보이면서 적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물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조직은 없었고 우리 사회의 구조나 문화적 상황에선 몹시 급진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우리보다 용기를 한 발짝쯤 더 낸 것이지 그런 방식을 고민하게 된 배경이나 좌충우돌하는 과정들은 인간적으로 우리와 몹시 닮아 있었다.


그리하여 세 번째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 사례들이 어떻게 다가오나요? 이중 적용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기 역할에 대해서는 동료들의 조언을 참조할 뿐, 결정 권한을 온전히 존중하는 ‘어드바이스 프로세스’부터 마음 돌봄으로부터 시작하는 회의 구조, 감사와 긍정 피드백들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것, 자발적으로 하게끔 만드는 시스템과 꼭 필요한 것들만 하고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함께 성찰해 나가는 문화 등을 적용할 만한 사례로 언급해주셨다.


그러다 한 분의 진중한 목소리가 우리 안에 잠깐의 침묵을 가져다주었다. “일이 많아서, 바빠서 못하는 거죠. 다들 마음은 다 있는데... 우리가 왜 바쁜지 생각해보고, 꼭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성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다 같이 내려놓기 작업을 해야 해요.” 우리는 중요하고 필요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 그만큼의 중요하고 필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함께 겸허해진 그 짧은 순간의 공기가 여운으로 길게 남는다.


마지막 대화이자 소감 나눔을 이끈 질문은 “당장 내일부터 일터/일상에 돌아가서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이었다. 용기,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임, 사랑, 감사, 나보다 상대의 권리를 먼저 챙겨주면서 공동의 권익 높이기, 대화와 깊은 경청, 존중, 멈춤과 성찰 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마당 주제를 제안하면서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다음 주제는 ‘세대를 이해하고 함께 뛰어넘기’ 또는 ‘우리 안의 차이들, 이럴 땐 어떻게? 대처 방안 세우기’이다.)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면서 박수로 이야기마당을 마쳤다.



끝나고 정리도 함께 해주시고, 밝게 활력을 얻은 듯한 표정들을 지어주셔서 감사했고 이를 준비하여 진행한 나 자신에게도 뿌듯함이 밀려왔다. 2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활동가들을 위해 무엇을 더욱 해 나가야 할지, 나는 또 어떤 부분에 좀 더 관심이 가고 의지가 기울어지는지에 관해서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어서 누구보다 내가 큰 선물을 받은 시간이었다. 사회 곳곳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일하는 우리 활동가들로부터 ‘참~ 일할 맛 난다~!’ 하는 감탄들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그 시작의 문을 연 것 같아 설렌다. 이러한 마당을 전국적으로 열어주신 많은 손길들에 감사를 전한다.

진행자 이은주|전화 010 · 7330 · 0316|이메일 wise-circle@naver.com 이메일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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