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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5] 협력을 시작할 때 나누는 대화 < 아카이브 - 게시판 (bokji-ieum.or.kr)
힘을 합한다는 뜻의 ‘협력’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힘들게 혼자 하지 않고 일손을 나눈다는 점에선 좋은데, 일의 방향과 방식 등을 합의해야 하는 것이 생각보다 골치 아프다. 합의할 시간에 그냥 혼자 하고 말겠다는 사람들을 적잖이 보게 되는 것 같다.
협력이 무조건 옳고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저곳에서 늘어나는 각자도생하는 모습들을 보면 협력을 안 하기엔 뭔가를 놓쳐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기쁨이나 온기, 더 큰 성취감 같은 것 말이다. 어쩌면 ‘진정한 협력’을 경험한 적이 드물어서가 아닐까 궁금해 하면서, 나는 오늘도 내일 있을 ‘협력적으로 대화하기 워크숍’을 준비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협력’을 키워드 삼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또 연구하면서 정리된, 협력에 관해 우리가 오해하기 쉬운 몇 가지 면을 살펴보면서 협력을 시작할 때 나눠볼 만한 대화 주제를 간단히 소개해보려 한다.
오해 1. 협력은 구성원의 역할을 무조건 n분의 1로 나누는 상태이다?
협력, 즉 힘을 모으기 위한 필수 기반은 각자들의 자발성임을 먼저 거론하고자 한다. 스스로에게 피어오르는 호기심과 열정, 관심과 애정, 기쁨이나 소명감에서 발현되는 의지 등이 협력의 시작과 그 과정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관심도 없고 그것에 쓰고자 하는 에너지도 없는 상태에서 들이밀어진 역할에는 저항이나 반항감이 뒤따르기 쉽다. 엑셀을 밟으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아버린다면, 차는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억지로 하는 것에는 전진의 에너지가 실리지 않는다. 자신의 에너지와 재능 및 소질을 살펴 자신이 기꺼이 할 수 있거나, 혹은 주변으로부터 약간의 지원만 받으면 해볼 수 있겠다 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려면 서로가 자기 마음을 표현하면 쉽게 판단하거나 충고나 질책 없이 온전히 귀 기울여주는, 안전한 이야기 나눔 문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는 각자의 생각을 쪽지에 적어내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다른 이들이 잘하거나 못하는 것, 관심 있거나 어려워하는 것 등에 관한 자기표현을 듣다 보면, 이제 자신은 무엇을 하면 모두에게 유익할지가 마음속에 피어오르게 될 것이다.
오해 2. 갈등이 없어야 협력이 잘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협력은 어떤 완성 형태의 고정된 그림이라기보다, 계속하여 재생되는 역동의 과정 그 자체일 것이다. 끊임없이 서로 조율해 나가는 소통의 과정이 있어야 하고, 모두가 주변을 살피며 관찰해 가는 확인의 절차를 늘 필요로 할 것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서로 간에 생기는 긴장이나 트러블은 으레 생기기 마련일 것이다. 트러블 발생이 문제라 할 순 없다. 드러난 것을 함께 어떻게 잘 다루어 나갈지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협력의 질을 결정 짓는 핵심이 될 것이다. 서로를 향한 신뢰와 협력의 전체 과정에 대한 신뢰를 품은 채 찬찬히 소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에 더하여, ‘적’이라고 생각되는 존재의 등장도 하나의 큰 기여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30여 년간 분열된 곳의 협력을 위해 현장에서 부딪히며 연구해 온 협력 전문가 애덤 카헤인(Adam Kahane)은 이렇게 말했다. “놀랍게도 협력을 배울 때는 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유용한 역할을 해준다. …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상황일수록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적은 가장 좋은 스승이 되어줄 수 있다.” 결코 쉽진 않지만, 적과의 관계에 전환을 일으킨다면 어떤 선물을 얻게 될지를 기대하면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태도와 말 걸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것이다.
오해 3. 의견이 일치될 때만 협력이 잘된 것이다?
어떤 방식이나 방법에 관한 선호는 모두가 다를 수 있다. 협력은 생각을 일치시키는 것이 아닌, 마음을 맞추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가령, A와 B라는 선택지가 놓인다면 각 선택지가 개인과 조직에 지니는 의미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눠보고 선호하는 이유나 염려되는 점 등에 관한 모두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게 되면서 협력에 필요한 ‘마음의 일치’라는 토대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한 토대가 존재한다면 결정에 관한 논의는 훨씬 수월할 것이며,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는 훨씬 더 많은 유연함이 작동될 것이다. 마음을 일치시키는 대화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것이, 그러지 않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볼멘소리들을 현저히 줄여줄 것이라 본다.
결국 협력이란 어떤 고정된 하나의 모습이나 모양새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맞추어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음을 서로 연결하고 힘을 모으려는 의도를 모두가 지닌 채, 어떠한 방식과 방향이 알맞은지에 관해서는 구성원들의 선호와 선택을 존중하며 앞으로 가보는 것이다. 각자가 무엇을 편안해하거나 중요시하는지,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주변으로부터 필요한 도움은 무엇인지, 현재 우리가 함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등에 관하여 계속하여 소통하며 조율해 나가는 과정을 생략 말고 부디 반기길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가 약간씩만 더 용기내고 조금만 더 서로의 꼴을 봐주기로 마음 먹는 것이 아닐까 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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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5] 협력을 시작할 때 나누는 대화 < 아카이브 - 게시판 (bokji-ieum.or.kr)
힘을 합한다는 뜻의 ‘협력’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힘들게 혼자 하지 않고 일손을 나눈다는 점에선 좋은데, 일의 방향과 방식 등을 합의해야 하는 것이 생각보다 골치 아프다. 합의할 시간에 그냥 혼자 하고 말겠다는 사람들을 적잖이 보게 되는 것 같다.
협력이 무조건 옳고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곳저곳에서 늘어나는 각자도생하는 모습들을 보면 협력을 안 하기엔 뭔가를 놓쳐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기쁨이나 온기, 더 큰 성취감 같은 것 말이다. 어쩌면 ‘진정한 협력’을 경험한 적이 드물어서가 아닐까 궁금해 하면서, 나는 오늘도 내일 있을 ‘협력적으로 대화하기 워크숍’을 준비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협력’을 키워드 삼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또 연구하면서 정리된, 협력에 관해 우리가 오해하기 쉬운 몇 가지 면을 살펴보면서 협력을 시작할 때 나눠볼 만한 대화 주제를 간단히 소개해보려 한다.
오해 1. 협력은 구성원의 역할을 무조건 n분의 1로 나누는 상태이다?
협력, 즉 힘을 모으기 위한 필수 기반은 각자들의 자발성임을 먼저 거론하고자 한다. 스스로에게 피어오르는 호기심과 열정, 관심과 애정, 기쁨이나 소명감에서 발현되는 의지 등이 협력의 시작과 그 과정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관심도 없고 그것에 쓰고자 하는 에너지도 없는 상태에서 들이밀어진 역할에는 저항이나 반항감이 뒤따르기 쉽다. 엑셀을 밟으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아버린다면, 차는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억지로 하는 것에는 전진의 에너지가 실리지 않는다. 자신의 에너지와 재능 및 소질을 살펴 자신이 기꺼이 할 수 있거나, 혹은 주변으로부터 약간의 지원만 받으면 해볼 수 있겠다 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려면 서로가 자기 마음을 표현하면 쉽게 판단하거나 충고나 질책 없이 온전히 귀 기울여주는, 안전한 이야기 나눔 문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는 각자의 생각을 쪽지에 적어내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다른 이들이 잘하거나 못하는 것, 관심 있거나 어려워하는 것 등에 관한 자기표현을 듣다 보면, 이제 자신은 무엇을 하면 모두에게 유익할지가 마음속에 피어오르게 될 것이다.
오해 2. 갈등이 없어야 협력이 잘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협력은 어떤 완성 형태의 고정된 그림이라기보다, 계속하여 재생되는 역동의 과정 그 자체일 것이다. 끊임없이 서로 조율해 나가는 소통의 과정이 있어야 하고, 모두가 주변을 살피며 관찰해 가는 확인의 절차를 늘 필요로 할 것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서로 간에 생기는 긴장이나 트러블은 으레 생기기 마련일 것이다. 트러블 발생이 문제라 할 순 없다. 드러난 것을 함께 어떻게 잘 다루어 나갈지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협력의 질을 결정 짓는 핵심이 될 것이다. 서로를 향한 신뢰와 협력의 전체 과정에 대한 신뢰를 품은 채 찬찬히 소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에 더하여, ‘적’이라고 생각되는 존재의 등장도 하나의 큰 기여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30여 년간 분열된 곳의 협력을 위해 현장에서 부딪히며 연구해 온 협력 전문가 애덤 카헤인(Adam Kahane)은 이렇게 말했다. “놀랍게도 협력을 배울 때는 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유용한 역할을 해준다. …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상황일수록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적은 가장 좋은 스승이 되어줄 수 있다.” 결코 쉽진 않지만, 적과의 관계에 전환을 일으킨다면 어떤 선물을 얻게 될지를 기대하면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태도와 말 걸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것이다.
오해 3. 의견이 일치될 때만 협력이 잘된 것이다?
어떤 방식이나 방법에 관한 선호는 모두가 다를 수 있다. 협력은 생각을 일치시키는 것이 아닌, 마음을 맞추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가령, A와 B라는 선택지가 놓인다면 각 선택지가 개인과 조직에 지니는 의미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눠보고 선호하는 이유나 염려되는 점 등에 관한 모두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게 되면서 협력에 필요한 ‘마음의 일치’라는 토대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러한 토대가 존재한다면 결정에 관한 논의는 훨씬 수월할 것이며,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는 훨씬 더 많은 유연함이 작동될 것이다. 마음을 일치시키는 대화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것이, 그러지 않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볼멘소리들을 현저히 줄여줄 것이라 본다.
결국 협력이란 어떤 고정된 하나의 모습이나 모양새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맞추어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음을 서로 연결하고 힘을 모으려는 의도를 모두가 지닌 채, 어떠한 방식과 방향이 알맞은지에 관해서는 구성원들의 선호와 선택을 존중하며 앞으로 가보는 것이다. 각자가 무엇을 편안해하거나 중요시하는지,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주변으로부터 필요한 도움은 무엇인지, 현재 우리가 함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등에 관하여 계속하여 소통하며 조율해 나가는 과정을 생략 말고 부디 반기길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가 약간씩만 더 용기내고 조금만 더 서로의 꼴을 봐주기로 마음 먹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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